부조리한 덩어리_2015 by 천성명






부조리한 덩어리_2015_스페이스K(과천)

















부조리한 덩어리

      

오래된 길 위에 세워진 동상이 있다.

언젠가 산에서 큰 돌을 가져와 모서리를 망치와 정으로

셀 수 없이 쪼아 내고서야 완성된 동상은 다리를 일렬로

세우고 무리지어 지나가는 군중들 사이에 있다.


그리고

태양이 구름 속에 잠긴 날 지나가던 군중들이 모여들어

동상의 가장 큰 덩어리인 몸통을 톱으로 잘라내고

이때, 톱날로부터 튀어나온 먼지들이 안개를 만든다.


그리고

오랫동안 희뿌연 안개 속을 그림자들이서성이고

소리는 먼지 입자에 제압되고 쓰러진다.


그리고

안개가 모두 사라졌을 때, 톱날 자국이 선명한

새로운 길이 생겼고 더 이상 무게를 버틸 필요가 없는

다리와 소리를 삼킨 머리와 누워버린 동상의 팔이

땅바닥에서 저 산과 들의 돌덩어리처럼 놓여있다.


그리고

가끔 구름의 그림자에 중첩되어 그것들이 사라져버릴

때에도 그것을 눈치 채는 군중은 아무도 없었다.

    흩어진 돌덩이들 사이로 바람이 불자

아이 하나가 그 바람 속을 뛰어간다.

 

   

                             

20151월 천 성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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